학교홍보영상


왜 청년을 위한 대안대학교인가?

윤범기 / 신촌대학교 운영위원장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대한민국에 대학이 없다면 어떨까? 젊은이들은 수천만원의 등록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른 부모의 가계부채 부담도 줄어든다. 결혼자금도 노후준비도 더 여유있게 할 수 있다. 진정한 '등골브레이커'는 바로 대학이다.

취업 준비는? 어차피 토익 학원과 공모전을 통해 하면 된다. 대학에서 배운 것 중에 기업에서 써먹을 지식은 얼마 없다. 정치외교학과를 나와서 원 인터내셔널에 들어간 안영이를 생각해보자.

지식인의 역할? 교수들이 그런 역할을 져버린지는 오래됐다. 그저 미국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한 논문 쓰기에 바쁘다. 논문 짜깁기가 아닌 자기만의 이론을 담은 단행본이라도 써내는 교수는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다.

대안적인 대학문화도 사라졌다. '미제의 앞잡이'라며 버거킹도 못들어오게 데모하던 고려대학교는 이미 프렌차이즈 상점들이 점령한지 오래다.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교 4,5,6,7학년들만 넘쳐난다.

무엇보다 사교육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가기 위해 쏟아붇는 연 20조에 달하는 사교육비가 자기계발이든 창업이든 좀 더 의미있는 곳에 씌여질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대학의 폐지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대학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등골을 빼서 재단과 교수들의 이권을 키우는 대학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이 살아있는 대학 말이다. 대한민국은 원래 석유 한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 인재가 유일한 자원인 나라다.

세상을 바꾼 변화는 항상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젊은이들이 적절한 배움을 만났을 때 일어났다. 정도전 같은 여말선초 사대부들에겐 이색학원이란 배움의 전당이 있었고, 위로부터의 근대화에 성공한 막말 일본엔 요시다 쇼인이 이끄는 '송하학숙'이란 하급무사들의 학당이 있었다.

우리도 그런 변화가 가능할까? 대한민국에선 지금 신촌대학이 만들어지고 있다. 마치 108명의 영웅호걸이 모여든 수호지의 양산박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년들이 하나 둘 신촌으로 모여든다.

정치를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정치학과부터 '기레기'를 거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언론학과, 가난한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화장을 해드리는 뷰티학과와 가수지망생들에게 가요의 역사를 통해 현대사를 가르치는 역사학과까지. 기상천외한 배움의 계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들이 스스로 비전과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실험이 이뤄진다. 진짜 '창조경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니라 이런 실험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이젠 관악구 어딘가가 아니라 눈을 들어 신촌을 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2015년 4월